선언문

침묵보다 변화를!

안녕하세요. 저희는 부산에 살며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태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이 상황의 심각성을 매일같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경험을 용기 내어서 밝혀주신 분들의 글을 보면서, 우리가 겪어야만 했던 예술 현장의 성차별, 성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부산문화예술계는 너무나도 고요합니다. 이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비명을 지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방관하거나 침묵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부터 시작해봅니다.

#00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문화는 일상적으로 만연합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성폭력 경험 사실을 낱낱이 알려야만 할까요? 어떻게 문화예술계 안에서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자행될 수 있었는지, 이후에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우리는 고민해나갈 것입니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이 사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부산 문화예술계의 고요한 침묵은 우리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이 침묵은 지역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좁고 친밀하고 폐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성폭력에 대해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생, 선배, 형님, 친밀함을 기반으로 하는 작은 단위의 공동체 이루어져 있는 부산문화예술계에서 그 내부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고립되기 쉬운 부산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례들을 모으고, 이 이야기들이 묻히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행동이 세 사람만의 비명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명 한명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어주세요.

2016. 10. 31. 미술작가 3인의 선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