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서

-부산문화재단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동 성명-

미투 이후, 우리는 성평등한 조직을 원한다

2016년 #00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이 sns를 통해서 물결처럼 일어났습니다. 이 운동의 물결 속에서 2016년 10월 부산문화재단의 당시 대표이사에 대한 성추행 사안이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발로 인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성추행에 관해서 부산문화재단은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및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조직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서 부산문화재단이 묵인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018년 현재,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는 다시, 한번 가해자와 문화재단을 고발하였습니다. 이는 비단 가해자 몇 사람에 대한 고발이 아닙니다. 부산시 산하의 공공기관인 부산문화재단 조직 내의 남성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성차별과 성희롱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지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직위가 낮고, 어린 여성들에게 ‘가서 커피나 타와’. 라고 말하는 문화, 딸 같아서 그런다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끌어안아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문화, ‘여자가 없어서 술맛이 안 난다’며 술을 따르게 하는 문화. 조직 내에서 문제시 삼지 않고, 바로잡지 않은 성폭력 문화는 고스란히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냅니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뿐만 아니라, 부산문화재단이라는 조직이 성평등한 환경으로 바뀌고 개선되어야 합니다. 성폭력을 용인하고 방관하는 조직문화는 미투 시대를 맞은 현시점에서 청산해야 할 숙제입니다.

부산문화재단의 성추행 사건은 용기 있게 고발해준 피해당사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 공공기관인 문화재단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신뢰를 잃었습니다. 문화예술인 및 문화예술단체, 인권단체는 피해자의 곁에 함께 목소리 내며,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우리는 성평등한 조직을 원합니다’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피해는 또다시 발생합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문화재단에 요청합니다*
하나, 부산문화재단은 성추행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로 축소시키지 않고, 조직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길 요청합니다. 
하나, 이후 성평등한 조직개선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공표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최근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 내어 피해사실을 알려주신 분들의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말에 책임을 다하는 조직이기를 기대합니다. 

2018년 5월 16일

#나도_최영미다_연대 서명 <고은_그런_명예는_훼손되는_것이_마땅하다>

문단의 원로시인인 고은은 지난 2월,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던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기자 등을 상대로 10억 7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젊은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던 일이 문단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음에도 습관적인 성추행은 아니었다는 궤변만큼이나 청구 금액도 괴물급이다. 지난 정부 때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예술인이고 예술인들을 몇 푼 안 되는 지원금으로 길들이는 정부의 행태에 울분을 토로했던 시인은 이제 자신의 작가적 명예를 10억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돈으로 환산해서 최영미 시인에게 청구했다.

그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존의 문화예술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를 고발한 당사자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한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청구는 피해 당사자의 진술 외에는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점을 이용해서 피해자에게 오히려 명예훼손 고소를 함으로써 자신의 성폭력 가해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영미 시인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모욕을 주었다는 혐의로 거액을 청구한 것은 예술계에서 권력자,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자에 대한 고발로 피해자가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를 발화하는 목소리가 예술계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과 허위진술이라는 의심, 피해사실의 은폐와 축소, 2차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감내해야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도 거대한 장벽인 성폭력 가해자의 명예훼손 등의 역고소와도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 오히려 법 제도가 사회적 고발이나 폭로를 위축시킬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는가.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피해당사자의 목소리는 어떻게 해서 ‘들불처럼’, ‘폭발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가. 2016년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으로 2018년이 되자마자 문화예술계에 몰아친 미투 운동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이 문화예술계에도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성중심주의 사고가 그대로 이양된 문화예술계의 권위주의, 표현의 자유로 둔갑한 여성의 성적 도구화, 성과지상주의에 다름 아닌 예술가의 명예라는 이름하에 억눌리고 침묵당한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발했고 각각의 문화예술계에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서로를 인지하고 연대하는 힘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러나 고발과 연대로 이어지는 목소리가 결코 쉽게 발화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었던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그가 현직검사라는 직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본인이 현재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감수하고서야 할 수 있었다. 해당 예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재능과 기량을 연마하고 습득해가는 예술가들의 목소리는 생존의 공간이나 다름없는 해당 예술계에서 고립되거나 평생의 업으로 생각했던 예술 현장을 아예 떠나거나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딛고 터져 나왔다.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청구는 여느 성폭력 가해자들이 행하는 전략, 자신의 가해행위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칩거의 시간을 거치다가 어느 날 역고소로 피해자를 위협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고은 시인이 주장하는 명예가 단지 문학적 성취에만 한정된다면 그것은 명예가 아니다. 속옷을 들추어 성기를 휘두르고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 반인권적 행위가 난무한 명예라면 그런 명예는 훼손되는 것이 마땅하다. 똥물이 똥물인 줄 이미 안 이상 그 똥물이 더 이상 우리의 생존의 현장인 문화예술계에 튀게 할 수는 없다.

2018년 8월 2일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수수방관하는 현행법을 규탄한다!

김기덕과 조재현은 영화계에서 자신이 지닌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라는 우월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숱하게 성폭력을 저질러왔다. 영화감독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화에 캐스팅된 신인 여배우나 여성 스태프들에게 빈번하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자신의 성폭력에 저항하는 배우나 스태프는 영화 촬영에서 배제하여 직업적 불이익을 주고 생계를 끊었다. 조재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중견 배우, 선배 배우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연기를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신인 여배우에게 접근하여 성폭행을 저질렀다. 

김기덕과 조재현의 성폭력은 영화계 내에서 익히 알려져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성폭력 가해사실을 영화계에 알렸으나, 피해자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싸늘한 외면과 방관이었다. 피해자의 인권보다 성폭력 가해자가 영화계에서 가지는 입지와 인지도를 더 중요시했다. 

가해자가 나의 선배라는 이유로, 형이라는 이유로, 영화 작업의 동료라는 이유로, 나와 이익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저지른 성폭력을 뻔히 알고도 방관하고 그에 동조했다. 이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계속해서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도록, 가해자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권력을 만들어주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영화계의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침묵과 방관은 예술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고립시키고 끝내 피해자가 예술 현장에서 사라지도록 만든다. 피해자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사라지고, 가해자만이 남는 불공정하고 부 정의한 예술계를 만드는데 이러한 외면과 침묵이 일조하였다. 성폭력은 피해당사자와 가해자만의 일이 아니라, 성폭력이 일어난 예술계, 예술공동체 모두의 일이다. 예술계 안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문화로, 관행으로, 원래 그런 것으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계속해서 존재하고 자라나도록 만든 모든 이들이 이제는 침묵을 깨야 한다.
김기덕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앞에 두고 내뱉은 말은 사과와 반성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으로 인해 자신의 영화가 개봉하지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진실은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명징한 사실이다. 피해자를 향한 가해자들의 협박성 고소는 피해자들과 피해사실을 목격한 이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가해자들의 공통된 수법이고 전략이다. 법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도 않으며, 문화예술계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지도 않는다. 많은 피해자들이 겪은 성폭력이 성폭력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성폭력 사실이 있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성폭력을 증언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합법이라는 허술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없이 많은 성폭력이 자행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존재를 불법화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하라!

2018년 8월 16일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부산대학교 성폭력 가해지목인이 시간강사로 위촉된 사건에 대한 공동 성명

‘10년 전 부산대학교 00학과에서 일어난 미투 사건 당사자의 교수임용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을 달고 지난 7월 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한 편이 게재됐다. 글에 등장하는 시간강사는 10년 전 해당 학과에서 강의를 하던 중, 성추행 및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되어 해임됐다. 그러나 시간강사는 당시 피해 학생들이 졸업하기도 전에 해당 학과 강의를 다시 시작했고 2018년 2학기 신규 교수임용을 앞두고 있었다. 글쓴이는 모교인 부산대학교와 학과 후배들이 더 큰 피해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투 청원글을 쓰게 됐고 이 사안을 두고 부산대학교 인권센터에서는 현재 조사위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미투 사건으로 조사 중인 시간강사가 오는 9월, 2학기 시간강사로 새롭게 위촉된 사실이 밝혀졌다. 어떻게 가해지목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의 수업이 개설되는 일이 발생했는가. 이에 대하여 부산대학의 인권센터, 교무과, 해당 학과는 규정상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조사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왜 아무도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인가.

첫째, 피신고인인 시간강사의 2학기 수업은 어떻게 위촉될 수 있었는가. 7월 3일 국민청원글이 올라오자마자 이 사안은 학교 측으로 전달됐고 7월 16일에 글쓴이가 인권센터를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교무과에서 인권센터로 진상조사가 요청이 하달된 상태였다. 학교와 인권센터와 해당 학과가 이 사안을 모를 리 없고 조사위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피신고인인 시간강사가 2학기에 위촉될 수 있었는가. 그 경위는 무엇인가.

둘째, 사건 조사 중에 있는 당사자가 시간강사로 위촉된 사안이 조사위 결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조사위 과정에서 본 사건에 대해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면, 별도로 사건을 인지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라는 명목으로 시간강사 위촉 건에 대해서 문제를 축소시키고 있다.

셋째,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필요한 조치를 고민해야 하는 학교의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해당 학과의 학과장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해당 학과에서 피해자들이 진술한 내용의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교무과에서는 시간강사 규정과 관련해서 개정을 검토했지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인권센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권센터는 누구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하는가.

넷째, 학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재량권은 없는가. ‘부산대학교 인권센터 운영 및 피해자 보호 세칙’ 제4조 ②에는 ‘성폭력․성희롱의 피신고인이 교수나 비정규교수 강사로서 신고내용이 상당하다고 센터장이 판단한 경우는 관계기관이 일정 기간 피신고인의 강의를 정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센터장의 재량으로 강의 위촉 중지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규정과 권한 없음을 이유로 피해자를 포함해서 신고인과 조사위에 참여했던 참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피해자의 권리를 근거로 규정과 대책을 마련할 의무가 학교에 있지 않은가.

학교는 조사 중인 당사자가 시간강사로 위촉되는 일이 차후에 일어나지 않도록 절차상의 문제를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 인권센터는 강의 중단이나 강의 위촉에 대한 권한을 가지도록 규정을 만들 것을 요청한다.

2018년 8월 24일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센터 상시운영과 성폭력 피해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언론을 통해서 시간을 들여서라도 부산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지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앞뒤가 다른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성희롱·성폭력 대책을 공유하고 부산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안 마련과 제도적인 체계 구축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 보호를 지향하는 예술인복지지원센터에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지원을 할 근거가 없다면 도대체 어느 기관에 그 근거가 있는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피해자 개개인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피해를 고발해야 하는 문화예술계의 구조는 미투 이후로 변화해야 한다. 나아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의 문화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역시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문화예술인과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그 변화를 만들어내고 안전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센터 상시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폭력 문제 개선에 예산과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 이는 예술계에서 피해자 개개인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의 반복을 야기하는 것이며, 성폭력 피해 해결을 위해 피해자 개개인들이 또다시 폭로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음을 의미한다.

부산시는 더 이상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결의 방편을 피해자와 예술인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예술계 내의 권력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그 피해가 이어지기 때문에 예술계의 특이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피해지원 및 센터 운영이 필수적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지원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예술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라.

1. 부산시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센터를 상시운영하라
2. 부산시는 더이상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예술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라
3. 부산시는 내년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지원 예산을 통과시키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증진, 확대하라
4. 부산문화재단 예술인복지지원센터는 예술인들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2018년 10월 17일

2019년

<언더 더 씨> 사태에 대한 기록 : 예술의 윤리를 다시 쓰기 위하여

예술계는 지난 2년간 ‘예술계 성폭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젠더 감수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변화를 촉구하는 치열한 노력을 해왔다. 그리하여 2019년에는 예술계가 성평등한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결실을 맺길 많은 예술인들이 바랬다. 그러나 연초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것으로 문제가 된 소설의 작가와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의 입장표명을 접하며, 예술인으로서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해당 작가와 출판사는 최근에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발표하였지만, 이 사태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 여성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남기고 기록하는 차원에서 글을 쓴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화자로 다룬 소설 <언더 더 씨>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는 대목이다. 해당 구절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필자인 강동수는 ‘문화부의 문학기자, 문화부장’을 역임한 자신의 지위와 경력,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합리화하는 첫 입장표명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언더 더 씨> 논란의 핵심은 이 문장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이자, 희생자인 여성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문학적 장치’라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월호 희생자인 여성 청소년의 몸이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필자의 시선에 의해 서술되었으며,  여성청소년인 화자가 자신의 몸을 건너다본 시선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남성의 시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비판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으며 이 사태의 핵심을 잘못 파악하였다. 독자들이 비판한 것은 텍스트 내의 묘사와 표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인 여성 청소년의 몸을 성적인 시선으로 대상화했다는 점이다

많은 예술작품들에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차용하는 방식은 여성에 대한 혐오, 차별, 상품화, 성적 대상화 등으로 비판받아 왔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물신성 고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 생태계 파괴와 보존, 국정농단의 폐해 등 사회적 폭력을 고발하는 예술작품에서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손쉽게 용인된다.

국가폭력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으면서, 정작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으로 축소한다. 그러나 어떤 폭력에 대해 고발할 때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소외시키지 않고도 예술은 가능하다. 그럼에도 예술작품 속 여성들을 여성혐오적인 시선으로 재현하는 고질적인 문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때마다 작품을 두고 일었던 논란에 대해 작가와 평단을 비롯한 예술계 대부분의 입장은 매번 비슷한 논조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인권과 존엄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전달내용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고, 표현의 자유는 가히 무소불위의 명분이 되어 여성의 인권이나 존엄보다 늘 우위에 있었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정당성으로 내세워 여성을 예술작품의 도구이자 재료로 착취해왔다.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는 약자를 향한 폭력과 혐오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은 이들을 수호할 때 비로소 용인되는 가치이다. 예술은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난 주변부, 변두리, 국경 바깥에 있는 존재의 삶과 목소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매개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을 표현함에 있어서 예술가들은 이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착취하지 않는 예술적 언어를 사유하고 발굴해야 한다. 예술이 누구의 곁에 서야 하며, 누구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지, 누구의 시선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조명해야 하는지, 예술은 늘 질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사태에 응답한 작가와 출판사의 첫 입장표명 내용을 뼈아프게 읽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작가와 출판사가 대응한 태도와 언어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문제 제기하는 이들을 향해, 낙인찍는 언어들과 닮아있었다.

‘경박한’, ‘천박한 문학 텍스트 읽기’, ‘문해력의 수준 차이’를 논하는 것은 문단의 엘리트주의적이고 권위적인 관습을 반증하고 있다. ‘극렬 페미니스트’, ‘반지성주의’, ‘메뚜기떼’, ‘대중 파시즘’이라는 말을 빌어 젠더 감수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특정 성향의 편향적인 의견으로 매도하고, 낙인찍는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예술계 행태에 대한 항의와 문제 제기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지역에서 신뢰와 권위를 가지고 활동해온 작가와 출판사가 이런 입장과 태도로 취할 때, 그 언어가 가지는 영향력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지 성찰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해당 작가와 출판사가 고군분투해왔던 그 이력과 가치가 현재 예술인들이 바꾸고자 하는 성평등한 예술계, 젠더 감수성이 보편화되는 예술계와 맞닿을 수 있는지 질문해본다. 
우리는 무엇을 해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미래의 예술’에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길 절실히 바란다.

2019년 1월 13일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 연대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재고를 촉구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근 세월호 희생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서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강동수 작가를 재단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부산문화재단은 2016년 (전)대표이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고, 2018년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자성과 성찰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선임 결과를 통해서 부산문화재단이 젠더 감수성이 보편화되는 시대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고, 문화예술계의 성평등 향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 문제에 있어 명백하게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 강동수 작가는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젠더 감수성과 성평등 인식을 고민하고 성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자리는 부족한 젠더 감수성과 성평등 인식을 온전히 갖기 위한 시험대가 아니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야 할 시기에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한 것은 독자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또한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예술인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예술계 성폭력 피해지원 규정을 마련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부산의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문화재단이 예술계 내에 뿌리박혀 있는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실천에 임해야 하는 시기임을 말한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예술계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재단의 중요한 과제로 인지하였다면 문화예술계에 성평등한 리더로서 자질이 있는 대표를 선임하였을 것이다. 정책과 제도를 통해서 성폭력의 사각지대인 예술계 공동체의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문화재단의 이번 대표이사 선임을, 예술작품에서 여성을 성적 도구로 차용하고, 이를 비판한 독자와 시민들을 향해 ‘메뚜기떼’, ‘파블로프의 개’로 명명한 강동수 작가의 행태에 동조하는 누를 범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부산문화재단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근거와 인선과정을 밝혀라!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은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부산문화예술인의 리더로서 제대로 된 젠더의식을 가지고 문화예술계 성평등 향상, 성폭력 문제 해결에 앞장설 인재를 원한다. 또한 올바른 성평등 인식으로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수호하는 사명감과 책임감 있는 인재를 원한다. 무엇보다 성평등한 예술계와 예술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이가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기를 바란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의 이와 같은 염원을 묵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재고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하나,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이번 대표이사 인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정보를 즉각 공개하라. 

2018년 1월 20일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를 외면하고,

 피해지원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부산시의회는 들어라!

도대체 예술인들은 언제까지 말해야 하는가.
다시 원점이다. 2019년 4월부터 운영이 시작된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가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다시 놓였다. 2018년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특별대응센터가 4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었지만 부산시는 추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에 부산문화예술인, 여성,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제서야 부산시는 예산을 책정하고 2019년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최근 열렸던 2020년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에서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지원창구인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 예산 전액 삭감이 예정되면서, 또다시 부산시의회는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를 외면하고, 지원을 끊으려 하고 있다. 

http://daily.hankooki.com/lpage/society/201810/dh20181019134513137890.htm
2018년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지원대응센터 상시 운영 촉구/ 부산일보 기사 참고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에 신고 접수된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은 작년 44건에 이어 올해에만 73건에 달한다. 2018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부산문화예술계에서도 피해당사자들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 역시 각 예술계는 물론 예술 관련 학과와 공공기관, 단체, 학원 등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은 전방위적으로 만연해있다. 이러한 문화예술계 현실에 대해서 대화 한 번 나눠본 적 없던 부산시의회 김혜린 의원은 11월 20일 행정사무 감사에서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 신고창구인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산책정이라는 관료적 절차를 앞두고 예방센터 실적 자료만 요청했을 뿐이다. 73명에 달하는 부산문화예술계 피해자가 겪고 있는 현실은 예술계라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사건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치유상담에 그치는 사건,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가 예술계에서 다시 활동하는 사건, 예술공동체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의 문제, 해결되지 않는 예술계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예술계를 떠나야 하는 등.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의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는 12월 4일 예산안 심사에서 피해지원 예산 전체를 삭감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들과 함께한 성평등위원회의 논의 테이블을 통해 문화예술계의 독자적인 신고센터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1차적으로는 “「예술인 복지법」 제 6조의 2 (불공정행위) 처리 시스템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성희롱 금지 규정 신설을 검토하고, 불공정행위 처리 시스템과 같이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할 것을 권고하였다. 2차적으로는 미투 운동을 통하여 알려진 문화예술계의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자율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있었다. 

<문체부> 문화예술 분야 성희롱·성폭력 예방 권고문에서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은 위계적 구조를 통한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닌 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으나, 상대적으로 피해자는 대부분이 프리랜서 등으로 현행 법률의 구제를 받기 어려운 한계가 많고 직장 등 조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떠한 영역보다 성희롱·성폭력 행위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하여 공적 지원 및 공공사업 참여 배제가 중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 지원 및 공공참여 배제를 위해서는 문화예술계의 구조와 생태에 대한 이해, 프리랜서로 고용되는 예술계 특유의 고용형태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전문 성폭력 신고센터의 운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 결과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영화계 성폭력 신고창구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게임, 방송, 대중문화, 음악, 패션, 만화, 웹툰 등 콘텐츠산업 내 성폭력 신고창구인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 문화예술종합 성폭력 신고창구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각 문화예술 분야별로 세분화된 성폭력 신고창구가 서울지역에서만 세 곳이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혜린 부산시의원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이 3년에 걸쳐 논의해온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신고센터의 예산 삭감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였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후, 각 예술 분야별로 성폭력 신고창구가 개설되고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서울 이외 지역에서 최초이자, 유일의 문화예술계 성폭력 신고창구인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 예산 전액 삭감은 시대를 역행하는 반동적인 결정에 다름이 아니다. 해당 의원은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해 진행된 간담회, 집담회, 포럼 등 어떠한 현장에도 참여한 적이 없으며, 현장 예술인들의 의견반영 및 전문적인 지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개인적 판단으로 예술인들이 피해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 시의원 한 명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예술계 내 피해자들을 더 이상 성폭력 피해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불어 부산시의회는 여전히 문화예술계 성폭력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무관심하다. 또한 문화예술계의 특성이 반영된 사건 처리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조차 없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전담기구의 필요성은 2016년 해시태그 운동에서부터 미투 운동, 2018년 대응센터, 2019년 예방센터까지 지난 3년간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예술인들, 지금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피해당사자가 그 이유다. 부산시가 문화예술인들,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을 동등한 부산시민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면 과연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의 삶과 시간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다면 결코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2019년에도 여전히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지원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부산시의회에 말해야 한다는 사실에 유감을 금할 수가 없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도대체 언제까지 자신의 피해를 거듭 증명하고 증언해야 하는가. 73건의 사건을 통해서 드러난 지역 문화예술계 성폭력과, 피해당사자가 해당 예술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예술공동체,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지원제도의 필요성을 피해당사자와 예술인들에게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부산시의회를 규탄한다.

2019년 12월 7일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2020년

미술계 Y성희롱 사건 공론화 지지 성명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며 공론화되고 있는 <미술계 Y 성희롱 사건>이 가해행위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문화예술계 성희롱 문제해결 시스템의 부재, 미술공동체 내 자정작용의 부재가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용기 내어 말하고 행동해준 피해자와 대책위의 활동을 지지합니다.  

미술계 Y사건 성희롱 사건은 문화예술계 미투 이후의 대응책으로 마련되었던 피해지원시스템이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중요한 지점입니다. 문화예술계 성희롱 사건 대부분이 미해결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역고소와 명예훼손 등의 법적 문제로 공론화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아니면 현실의 어려움을 알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술계 Y사건은 해당 책임기관인 서울문화재단에 피해자가 신고하였으나, 재단은 가해행위자와의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가해행위자에 대한 조사와 책임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성폭력 문제의 특성상 신고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때, 짧은 계약관계에 중점에 둘 것이 아니라 서울문화재단의 사업에서 발생한 피해라는 점에 대한 책임의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성폭력 문제를 기존의 행정과 기관 중심의 사건처리가 아닌, 피해자 관점의 사건처리가 이루어져야 마땅함에도 많은 예술 공공기관들이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낮다고 보여집니다. 서울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예술 공공기관들에서 성폭력 문제를 방치한 결과가 알려주는 것은 피해자는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고, 가해행위자는 다른 타 활동에 아무런 제제 없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당한 현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당 기관의 이후 조치에 대한 책임을 다하길 요청합니다.

■ 문화예술계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라
현재 문화예술계는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종사자가 많기 때문에 성희롱 문제에 있어 기존의 남녀고용평등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실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여성 예술인들은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불공정행위로 성희롱 규제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더불어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모든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이 예술 창작활동을 곤란하게 하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함을 관련 지침에 명시하고 '문화예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가칭)'을 신설하여 신고 사건의 조사와 처리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거나 전담인력을 확충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미술계 Y사건과 같은 일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당 공공기관과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주길 요청합니다.
 
■ 미술공동체는 무엇을 하였나
대책위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Y의 사건이 말해지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 미술공동체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성폭력은 가해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동체와 조직이 가해행위를 제재하지 않고 허용하고 방조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을 뼈아프게 직면해야 합니다.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문화예술계 많은 성폭력 사건을 함께 겪어나가면서 성폭력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 많은 이유가 안타깝게도 주변 예술인들에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사건에 대한 침묵, 가해행위자의 관계와 미술계 이너써클을 지키기 위해 가해행위자를 신뢰하고 용서하는 행위 등은 여전히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말할 수 없고, 예술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가해행위자는 여전히 권위를 가지고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는 데 일조하게 됩니다. 2016년 이미 00계_내_성폭력을 통해서 미술계 내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가 고발되었고, 그 영향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미술계에서 강력한 가해행위자의 권력과 그 주변에서 눈을 감고 방치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피해는 계속됩니다. 무엇이 <미술계 Y성희롱> 사건을 만드는지 함께 이야기 되어져야 합니다.

잘못한 일들을 알리고 말하는 것의 중요함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발언을 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이후 겪어야 하는 시간과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이후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함께 목소리 내겠습니다.

2020년 6월 20일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예방센터> 중단 사태를 해결하라!

부산시는 문화예술인들이 예술 현장에서 겪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외면하며 방관하고 있다. 2017년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예술인들과 여성, 시민단체는 부산시에 문화예술계를 전담하는 상시적인 피해지원창구와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에 부산시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센터를 열었으나, 예산상의 이유로 4개월만 운영한 채 문을 닫았다. 이후 조치에 관해서 책임을 묻자, 서울에 문화예술계 신고센터가 있으니 부산문화예술인들도 서울의 신고센터를 이용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말이 돌아왔다. 

이에 다시 거세게 항의하여 2019년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가 정식으로 운영되었으나, 운영 1년 만에 시의회에서 문화예술계만 별도로 성폭력 피해지원을 해야 하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예산 전액 삭감을 계획했다.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예술인들과 여성, 시민사회에서 강도 높게 비판하자 반액 삭감이라는 결과를 내놓으며 추경예산 보안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추경예산 보안은 말뿐이며, 현재 문화예술계 성폭력 예방센터의 운영은 다시 중단되었다. 부산시는 전 부산시장이 성폭력 가해를 저질러 시장직에서 사퇴한 사건 이후, “부산시 공공조직 내의 성차별적인 인식과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입으로는 혁신과 개선을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성폭력 예방센터의 예산을 삭감하는가?

오랫동안 침묵된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와 만연한 성폭력 문제의 현실에 책임져야 하는 부산시는 이를 방관하고 최소한의 대책조차 실행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피해전담기구 상시운영을 촉구한 예술인들은 부산시의 이러한 행태에 분노한다.

문화예술계는 프리랜서 종사자가 많은 특수성 속에서 실정법이 적용되지 않음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더불어 예술계 내의 폐쇄적인 인맥 구조와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가운데 많은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된 징계와 처벌, 규명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예방센터의 운영중단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또한 예술인들이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작업할 권리를 묵살하는 행위이다.

이와 더불어 부산시의회와 문화재단도 이번 예방센터 운영중단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문화예술계 예방센터의 초기 운영단계에서부터 무리하게 반액 삭감까지 실행한 시의회. 여성폭력 예방에 더욱 확대하는 데 쓰겠다는 공수표만 날린 시의회. 서로의 책임 전가와 회피 속에서 이 사태가 발생하였음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이에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부산시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부산시는 부산문화예술인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 예산 편성을 즉각 실행하라
○ 부산시는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의 주체를 부산시 문화예술과에 두고, 문화예술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치를 취하라  
○ 부산시는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 중단 사태의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책임자를 징계하라

2020년 7월 24일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